01.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휴대폰 잠금화면 디데이 위젯에 보이는 89라는 숫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이 89일이라고? 곧 백 일이라고?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건지. 차가운 손을 각자 주머니에 넣고 타코야끼를 사 먹던 우리는 이제 가벼운 옷차림으로 손을 마주 잡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누어 먹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기본화면 혹...
01. 거실 테이블에 조촐하게 와인 상이 만들어졌다. 와인을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애인과 먹게 될 줄 알았더라면 미리 어울리는 안주도 사두고 이것보다 더 고급스럽고 맛있는 와인을 사뒀을 텐데. 괜히 그게 아쉽게 느껴졌다. 우리는 멀쩡한 소파를 놔두고 그 밑에 등을 대고 앉았다. 둘 다 방금 막 씻고 나온 온기가 느껴지고 조명은 마침 형광등도 아닌 무드 등...
01. 02. “쉬는 날에도 오고 싶은가....” 당황해서 오타 난리법석 .....모두 다 집에 가줫으면...... 1) 본인 일 하는 날도 아닌데 2) 날도 추운데 3) 먹으려던 것도 다 팔렸는데 굳이 굳이 방문하는 어떤 주말 남자 알바생 03. 하도 답 없어서 바쁜가 했는데? 카페 가니까? 여주가 없어요? 카페에 뭐가 있던 상관 없이 그냥 여주 보러 가...
01. 첫 연애도 아니고 이십 대 초반에 하는 풋풋한 연애도 아니지만 뭐가 그렇게 수줍고 부끄러운지 우리는 손을 붙잡고 자꾸만 시시덕대며 거북이 뺨치는 걸음으로 공원을 거닐었다. “근데 너 고등학생 때 진짜 진짜 나 좋아했어?” “다시 듣고 싶어서 계속 물어보는 거지?” “아니.... 들어도 들어도 안 믿겨서.” “다시 처음부터 말해줘? 이동혁 만나러 그 ...
01. 야식 메뉴는 보쌈이었다. 안 그래도 좋아하는 메뉴인데 굶주린 상태로 마주하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김도영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것보다 초면인 이제노 앞에서 식사를 하는 게 훨씬 편하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이제노는 장갑을 끼고 막국수를 비비다가 대뜸 인사를 건넸다. “저는 이제노예요. 재민이랑은 대학 동기고 동혁이는 재민이 친구라 친해졌어...
01. 주말에 꼭 까먹지 말고 가족모임에 참여하라는 엄마의 전화에 머리를 싸매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과거의 나. 도대체 왜 엄마 친구 아들과 눈이 맞아서 연애를 했을까. 우리의 연애를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딱히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닌데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이것저것 간섭하는 게 싫었고 특히 가까운 사이다 보니 툭하면 결...
01. 그 오빠와의 첫 만남은 내가 열세 살, 그리고 그 오빠가 열여섯 살일 때였다. 그 오빠는 엄마 친구 아들이었고 공부를 무지 잘 한다고 했다. 이름은 김도영. 알고 있는 건 그게 끝이었다. 공부 잘 하는 엄친아. 같은 동네에 사는 건 아니었고 옆 동네에 사는 오빠였다. 김정우는 김도영이 친 형이었으면 좋겠다며 종종 축구도 하고 놀기도 했지만 나는 딱히...
김여주 (26)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공부를 엄청 잘 하지도 않았던 평범한 학생. 꾸밀 줄도 몰라 친구들이 선물해준 틴트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학창 시절 나재민의 친구 이동혁에게 고백 했다가 차인 전적이 있다. 성인이 되고 미적 감각에 눈을 떠 그렇게 하고 싶었던 쌍꺼풀 수술을 하고 본인을 꾸미기 시작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썸도...
01. 이동혁과는 각자 저녁을 먹은 뒤 번화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여덟 시까지 만나기로 했다. 살다 살다 내가 얘랑 단 둘이 만나는 날도 오고. 열 여덟의 여주는 상상이나 했을까. 카페에 먼저 도착한 건 나였고 두리번거리며 들어온 건 이동혁이었다. “여기!” “미안. 늦었지.” “아니야.” “잠깐만. 나 커피 좀 시키고 올게. 너 시킨 거야?” “응...
01. 도대체 이 나이 먹고 엄마랑 싸우기는 왜 싸우냐고. 머리에 까치집을 품고서 대빨 나온 입으로 토스트를 먹는 오빠의 등짝을 내리치며 잔소리를 따발총처럼 내뱉었다. 그리고 뭐 얼마나 크게 싸웠길래 그랬냐고 물었는데 생각보다 별거 아닌 이유라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자꾸 나도 독립하라고 그러잖아.” “애냐? 그렇다고 무슨 동생 집에 쪼르르 달려와서 재워...
01. 열일곱 살의 재민은 해바라기 같은 짝사랑을 시작했다. 상대는 바로 이름도 성도 제대로 모르는 옆 반의 어떤 여자애. 그 애를 좋아하게 된 데에 아주 특별하거나 큰 이유는 없었다. 02. 우리 왜 다 다른 반이냐. 함께 등교를 하던 혁진은 양옆의 재민과 동혁을 바라보며 툴툴댔다. 사실 재민은 혁진과 다른 반이 된 데에는 큰 아쉬움이 없었지만 동혁과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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