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그냥 아무거나. 나에게 가장 먼저 입력되어 있는 값이다. 좋아하는 영화도 없다.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 선호하는 음악 장르도 없다. 그냥 좋아하는 게 없다. 이전에 만났던 애들과도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하자면 했고 먹자면 먹었고 보자면 봤다. 영화도 로맨틱 코미디, 공포, 힐링 등등 아무거나. 뭐가 감명 깊었고 뭐가 좋았다는 건 딱히 없었다. 그러...
결핍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고 세뇌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가장 어린 날의 기억. 거실과 붙어 있는 주방. 하나의 방. 통일 되지 않은 벽지와 가구들. 해가 들어오지 않는 창. 잘 다려진 내 작은 옷 옆에 함부로 놓여 있는 원색의 원피스들. 삐그덕대는 식탁. 말라비틀어진 밥과 차게 식은 계란후라이. 깜짝 놀랄 새도 없이 사라지는 이름 모를 벌레들. 바닥에 ...
“누나, 누나. 늦지 말라고 했잖아요.” “미안. 아니, 퇴근이 좀 늦어졌어.” “그럼 인정.” 박지성과는 이제 장난을 칠만큼 거리도 가까워졌고 단 둘이 만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 애는 조곤조곤한 말투를 가졌고 조용했지만 가끔 개구쟁이 같았다. 농담을 던지기도 했고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고 그저 귀여운 남동생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제노와의 연애는 뭐랄까. 누가 봐도 흔하게 끝날 영화인 걸 알면서 꾸역꾸역 엔딩을 기다리는 느낌. 지켜보는 사람마저 하품을 하며 스킵을 하거나 너무 지루해 배속을 해가며 보는 그런 아류작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진해 출연했다. 흥행하지 않을 것도 알고 너무나도 흔한 스토리인 걸 알지만 그래도 이제노 하나만 보고 발을 들였다. 물론 엔딩은 ...
서울로 올라온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대학 때문에 올라와서 나처럼 자리를 잡은 친구도 있었고 대학은 다른 곳에서 다니다가 취업을 해서 올라온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게 총 여섯 명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여름의 한 자락, 올해는 유독 더운 것 같다. 옷가지가 가벼워졌고 친구들은 손에 하나씩 손 선풍기 혹은 양산을 들고 모였다. 필수적으로 손목...
말도 안 되는 연애라는 거 나도 잘 안다. 한 쪽은 애정이 없는 연애. 연애가 아니라 짝사랑의 연장선. 처음에는 메시지 하나 보내기도 어려웠다. 오늘 우리부터 1일 맞지? 이런 걸 보낼 성격은 아닌지라 텅 빈 프로필을 보고 눈만 꿈뻑거렸다. 그리고 먹먹한 그 이름을 빤히 바라보다 손을 달달 떨며 성을 지우고 이름 옆에 빨간 하트를 붙여봤다. 물론 이제노의 ...
“안녕.” “응. 안녕.” 그래도 이제노는 나를 보면 인사를 했다. 그날 기억을 잃은 건가? 내가 대화 했던 건 이제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건가. 그렇지만 볼에 붙여진 밴드를 보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날 밤 뺨을 때린 여자친구, 아니, 전 여자친구의 손톱이 할퀴어 상처가 생긴 모양이다. 으, 아프겠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친구가...
내 번호를 가져간 도희에게 고맙게도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여기 앞에 있는 한식집에 가서 밥을 먹자는 연락이었다. 말이 한식집이지 대학생들이 더러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육천원에서 만원 사이의 밥집이었다. 너무 소란스럽기는 했지만 모든 곳이 그렇듯 시끌벅적해서 대학가이니까 이해 해야만 한다. 메뉴는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등 집밥이 그리울 대학생들...
“그만 만나자.” 내가 아닌 네 입에서 나올 말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언젠가는 들을 거라 예상한 말도 맞는데, 그게 오늘은 아니었으면 했다.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어야지. 집 앞이니까 잠시 나와 달라는 네 연락에 잠시 설렜던 내가 이렇게 미련해 보일 수가 없는 날이다. 너는 미동도 없는 시선과 눈빛으로 말했다. 깊고 까만 눈으로 그렇게 하자고 말하니 나는...
✤ CHAPTER 1 ✤ 진짜라고? ✤ CHAPTER 2 ✤ 정여주의 은밀한 취미 ✤ CHAPTER 3 ✤ 말랑말랑의 나비효과 ✤ CHAPTER 4 ✤ 박지성의 상상은 현실이 될 수 없다 ✤ CHAPTER 5 ✤ 365일 + ∞ ✤ CHAPTER 6 ✤ 일심동체
122. 헤이 공주 😎 나 레슨 끝났음! 오늘 저녁은 스케줄 없음! 고로 기사 가능❤️ 됐어ㅋㅋㅋㅋ 너 최근에 레슨 너무 많았잖아 집에서 쉬어!!!! 싫어.. 박기사 출동할래 괜찮다니까 너희 집으로 갈게 우리 집이든 너희 집이든 내가 데려다줄래 기사노릇 좀 하자 진짜 괜찮다니까 왜 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내가 해줄래.. 시간 있을 때는 간다고 했잖...
117. 사람의 촉이라는 게 있다. 수없이 걸려 온 가족들의 전화. 게다가 여주의 가족들에서도 온 전화. 그렇지만 여주의 전화는 단 한 통도 없다. 분명히 여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태용에게 손을 달달 떨며 상황을 설명하니 얼른 가보라며 마무리는 본인이 하겠다고 지성의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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